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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해탈시
글쓴이 정헌성(cafeadmin)
작성일 2015-02-09
방문수 645

解脫詩

 

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

1604년에 입적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읊으신 시

 

**人生**


근심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.
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.
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.
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.

 

가난하다고 서러워 말고,
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
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
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.

 

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,
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 
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.
세상에 영원한 갓은 없더이다

 

잠시 잠깐 다니러온
이 세상,
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,
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,
얼기설기 어우러져
살다나 가세.

 

다 바람 같은 거라오.
뭘 그렇게 고민하오.
만남의 기쁨이건
이별의 슬픔이건
다 한순간이오.

 

사랑이 아무리 깊어도
산들 바람이고
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
눈보라일 뿐이오.


폭풍이 아무리 세도
지난 뒤에 고요하듯
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
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.

 

다 바람이라오.
버릴 것은 버려야지
내 것이 아닌 것을
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.
줄게 있으면 줘야지.
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.

 

내 것도 아닌데...
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.
잠시 머물다
가는 것일 뿐인데
묶어 둔다고
그냥 있겠오.

 

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

아니 가겠소.
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 뿐,

 

삶에 억눌려
허리 한번 못 피고
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
잘 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.

 

훤한 대낮이 있으면
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.
낮과 밤이 비뀐다고
뭐 다른게 있소.
살다보면 기뿐일도
슬픈일도 있다만은,
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,
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
뭐 달라지는 게 있소.
기쁜 표정 짓는다하여
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.
내 인생 네 인생
뭐 별거랍니까...

 

바람처럼 구름처럼
흐르고 불다 보면
멈추기도 하지 않소

 

그냥 그렇게 사는 겁니다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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